엄니 웃어보이소 김 ~~~~~~~~~~치
어제는 친가 어머님을 뵈려 요양원에 다녀왔다
올해들어 부쩍 더 쇠약해지시고 먹고 싶은게 없다시는 어머님
뭘 해가야 맛나게 잡수실까 항시 고민이다
어머님은 젊은시절 부터 미나리 전을 좋아하셔서
토요일 성지순례길에 사다둔 미나리로 전을 부치고
연근도 갈아서 조금 부쳤다
쌀 뜨물을 받아서 누룽지을 넣고 밥 슝늉도 끓이고 .......
봄을 맛보시게 하고파 햇쑥으로 만든 쑥버무리도 조금 과일도 조금 준비했다
도착하니 목욕을 하시고 오수에 취해 계신다
" 엄니 지 왓심더 "
"오냐 그래"
이제 기운이 부치셔서 누었다 앉으시는 것도 어려우시다
안아서 앉게 해드리고 간이 식탁에 가져간 간식을 올렷다
"뭐꼬 "
"엄니가 좋아하시는 미나리전 해왔심더 "
미나리을 썰지않고 기다라게 부쳐서 뜯어 잡수시길 좋아하시는 어머니
"엄니 미나리가 연해서 그냥 부쳤는데 잡사보시이소 "
미나전을 조금 떼어내서 간장에 살짝 찍어 드렸는데
치아가 의치시라 잘 못드신다
아차 내 생각이 모자랐구나 쫑쫑 썰어서 부칠걸
아직도 예전에 잘 잡수시던 생각만 하고있었다
"엄니 이건 썰어서 만들어서 연합니더 잡사보이소 "
"그래 그건 니 묵어라 "
엄니는 연근전을 맛나다면 잡수신다
"엄니 햇쑥 버무리 잡사보이소 쑥내가 좋네예 "
무얼 잡수시고 입맛을 붙이실까 이것 저것 권해본다
" 요새는 쑥도 길러서 판다캅디더
엄니 우리도 쑥장사 하려 가이시더 예"
"아야 이자 허리가 아파서 몬한다 마 "
당신이 걸음도 못 걸어시는건 생각도 안나시나부다
"엄니 지도 다리가 시원차나 못하겟네예"
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동문서답을 하시지 않으신걸 보니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것 같다
폰에 찍어둔 봄꽃 사진들을 보시며 벌써 꽃이 이렇게 피었냐 하시는 어머님
아들이 와서 맛난 점심을 사드리고 꽃 구경도 시켜드렸는데
생각을 못하시는 어머님을 뵈면서 이별의 시간이 멀지 않은걸을 실감한다
이런저런 세상얘기을 하면서 엄니 잡수시라고 곁에 앉아서
엄니보다 더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어마님 덕분에 지가 잘 묵어심더예 "
"우째서 니 덕에 내가 오늘 잘 묵었데이 "
엄니는 음식에 탐을 안하셔서 당신이 과하다 싶으시면 안 잡수신다
가져간 음식을 반을 그냥 챙겨놓고 엄니 의치도 깨끗이 씻어서 놓고
옷을 입고 가방을 메니
"인자 갈라꼬 "
"예 엄니 길이 멀어서 갈람니더예"
"오냐 가거라 담에 오지마라 길가에 돈다 내비린다"
"예 며칠 있다가 또 올깁니다"
먼 길에 자주오면 차비쓰는게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니 사랑은 어디만큼일까
어머님께 서서 반배을 드리고 함께 계시는 어르신께도
"어르신 편히 계시소 예"반배을 드리고
현관을ㄹ나서니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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