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림자

엄니와 미나리전

Rhqwl 2011. 4. 13. 16:48

    엄니  웃어보이소 김 ~~~~~~~~~~치

 

 

어제는  친가 어머님을 뵈려 요양원에 다녀왔다

올해들어 부쩍 더 쇠약해지시고  먹고 싶은게 없다시는 어머님

뭘 해가야 맛나게 잡수실까 항시 고민이다

어머님은 젊은시절 부터 미나리 전을 좋아하셔서

토요일 성지순례길에  사다둔 미나리로  전을 부치고 

연근도 갈아서 조금 부쳤다

쌀 뜨물을 받아서  누룽지을 넣고  밥 슝늉도 끓이고 .......

봄을 맛보시게 하고파  햇쑥으로 만든 쑥버무리도 조금  과일도 조금 준비했다

도착하니  목욕을 하시고  오수에 취해 계신다

" 엄니  지 왓심더 "

"오냐  그래"

이제 기운이 부치셔서  누었다 앉으시는  것도  어려우시다

안아서  앉게 해드리고 간이 식탁에  가져간  간식을 올렷다

"뭐꼬 "

"엄니가 좋아하시는 미나리전 해왔심더 "

미나리을 썰지않고  기다라게 부쳐서 뜯어 잡수시길 좋아하시는 어머니

"엄니  미나리가 연해서 그냥  부쳤는데 잡사보시이소 "

미나전을 조금 떼어내서 간장에 살짝 찍어 드렸는데 

치아가 의치시라 잘 못드신다 

아차  내 생각이 모자랐구나  쫑쫑 썰어서 부칠걸 

아직도  예전에 잘 잡수시던 생각만 하고있었다 

"엄니  이건 썰어서 만들어서 연합니더  잡사보이소 "

"그래 그건  니 묵어라 "

엄니는  연근전을 맛나다면  잡수신다

"엄니  햇쑥 버무리 잡사보이소  쑥내가 좋네예 "

무얼 잡수시고 입맛을 붙이실까  이것 저것 권해본다 

" 요새는 쑥도  길러서 판다캅디더

  엄니 우리도 쑥장사 하려 가이시더 예"

"아야  이자 허리가 아파서 몬한다 마 "

당신이 걸음도 못 걸어시는건 생각도 안나시나부다

"엄니  지도  다리가 시원차나  못하겟네예"

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동문서답을  하시지 않으신걸 보니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것 같다 

폰에 찍어둔  봄꽃 사진들을  보시며 벌써 꽃이 이렇게 피었냐 하시는 어머님 

아들이 와서  맛난 점심을 사드리고 꽃 구경도  시켜드렸는데 

생각을 못하시는 어머님을 뵈면서  이별의 시간이 멀지 않은걸을  실감한다

이런저런 세상얘기을 하면서 엄니  잡수시라고 곁에 앉아서  

엄니보다  더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어마님 덕분에  지가 잘 묵어심더예 "

"우째서  니 덕에 내가 오늘 잘 묵었데이 "

엄니는  음식에 탐을 안하셔서 당신이 과하다 싶으시면 안 잡수신다

가져간 음식을 반을 그냥  챙겨놓고   엄니 의치도  깨끗이 씻어서 놓고

옷을 입고  가방을 메니

"인자 갈라꼬 "

"예 엄니  길이 멀어서 갈람니더예"

"오냐 가거라 담에 오지마라  길가에 돈다 내비린다"

"예  며칠 있다가 또 올깁니다"

 먼 길에 자주오면 차비쓰는게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니  사랑은  어디만큼일까

어머님께  서서 반배을 드리고  함께 계시는 어르신께도

"어르신  편히 계시소 예"반배을 드리고 

현관을ㄹ나서니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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