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림자

외동서(2)

Rhqwl 2012. 2. 26. 13:40

 

안동 장날  기태씨는  낮 두어자루와 쌀 한말을 지게에 얹고

집을 나섰다  꼭히 살것도 없지만 장터에서 친구라도  만나면

탁배기 잔이나 나누며 얘기라도  나누고 싶어서다

쌀을 곡물점에 넘기고 낫은 대장간에다 맡겨두고

주막거리로 나서는데  저 만치 앞에 제종당숙이  오신다

"아재  장에 오신닉껴"

"글찬아도  니을 쪼매 바시면 해꾸마"

"탁배기나  한 잔 하시려 가입시더"

점심시간이 이른때라 주막은  비어있다

탁배기와 술국을 시키고   당숙께 술을 권했다

"한 잔  드시이소"

"오냐  니도 묵어라 "

숙질간에 술 잔이 몇 차례 돌아도  당숙은 말이 없다

" 먼 하실 말삼이 있서시니껴"

" 지난번 아부지 지사때 니 누부가 한 말 있제

" 내 동상캉  당숙부.대소가가 마케모디가 의논 했제

재산을 준다케도 양자는 아무도 안줄라카고  방법은  새사람을

데불고 오는긴데 니맴은 어떤지 모리겟다 아이가 "

기태씨는 대답을 할 수없다  감실댁  얼굴이 눈 앞에 아룽 거린다

"예 알거심더 내자캉 이논해 봐얄시더"

"그라머 나는 고마 장보로 갈란다 "

제종숙을 배웅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남은 술을자작으로 다 먹고

또 얼마을 먹은지  갈짖자걸음으로 집으로  와아내 얼굴 보기가

민망해 지게을 마당에다 팽기치고  방에 들어와  이블을 쓰고 누어버렸다

감실댁은 덜컥 겁이났다  기어이 올것이 온것같다  

장터에서  무슨일이 있어  저리도 취해서 왔는지 이제 영락업시 소박대기로

내몰리는건 아닐까 얼마나 잔는지  슬몃이 일어나니  밥상이 웃목에그대로

있고  호롱불이 켜저있다 아내는 웅크린체 모제비로 누어서 잠이 들어있다

가만히 이불을 덮어주고 나와 찬물 한 대접을 마시고 들로 나갔다

아내한테 어떡게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