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림자

영원한 사랑 (7)

Rhqwl 2010. 8. 13. 13:38

아픈게  벼슬인감

 

이틀에 한 번씩 관장을 해야만 변을 보는 환자는

병상생활 삼십여 년이 된 지금도

이조시대 남자처럼   아내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푸세  다 했시유 '

"푸세가  머여 하늘 같은 남편에게 된장 푼다고 하제"

"아이구 넉살 좋은 아저씨야"

그는  남편은 하늘이고 남편 말에는 무조건 복종을 해야 한다며

착각속에 빠져 사는  봉건적인 아저씨다

 

오늘  이웃집 사람이 와서 얘기 끝에 한 바탕 웃었더니

그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친다

남편이 아파서 누었는데  웃음이 나오냐고

 하면서  아이처럼 삐쳐서 말도 않고 운동도 하지 않은다

 

"아픈게 뭔 벼슬이라도 되남'

그녀는 이 소리가 목구멍에까지 올라왔지만

어린아이를  달래듯 남편을 달래고 어른다

쯧쯧 저러다 아내가 먼저 가면 어쩔꼬

 

 

삼십여년 세월동안  온갖 투정을 다 받아주면서

간병한 그녀도  환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삼 년전 자궁암으로 수술을 하고

일 년에 한 번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는  아내가  마냥 젊은 그대로인줄 안다

자식이 없어서  남편에게 모질지 못한 그녀

그 누구에게도 자기의 속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의 앙금이 그녀을 병들게 만들었나 보다

 

점심도 거부하는 남편을  산책이라도 가자고 달래어서

전동 훨체의를 태워서 나갔다

침대 시트를 갈고  방을 소제하면서

나는 과연 간병인으로서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

 

입장이 바뀐다면 그녀 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을 생각 해보았다